
K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지금, 그 이면에서는 단막극이라는 든든한 토양이 존재합니다. 2024년 KBS가 드라마 스페셜 2024를 통해 단막극 정규 편성 40주년을 맞이하면서, 단막극의 부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짧은 호흡 속 무한한 가능성, 단막극의 실험성은 신인 작가와 연출자에게 과감한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며, 시대의 목소리를 담다, 단막극의 사회성을 통해 현대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조명하고, K드라마의 질적 도약, 단막극의 예술성으로 한국 드라마 산업 전체의 질적 향상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단막극이 어떻게 K드라마 산업의 중요한 자양분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가치가 왜 재조명되어야 하는지를 세 가지 측면에서 심도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짧은 호흡 속 무한한 가능성, 단막극의 실험성
단막극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실험성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회에서 최대 4회로 구성되는 단막극은 물리적 길이가 짧은 만큼 스토리의 밀도가 높으며, 미니시리즈나 장편 드라마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내용과 형식 실험이 가능합니다. tvN의 오프닝 2024는 이러한 실험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017년 드라마 스테이지로 시작하여 2022년 오프닝으로 명칭을 변경한 이 프로그램은 드라마 연구와 개발의 전초 기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CJ ENM의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사업인 오펜 공모전 당선작으로 구성되어 신인 작가 배출의 전초 기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단막극을 통한 내용과 형식 실험은 2개월에서 6개월까지 긴 호흡으로 방영되는 미니시리즈와 장편 드라마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영상 미학적 양식 실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KBS 드라마 스페셜 2024에서 선보이는 사관은 논한다는 왕이 되기 위해 역사를 지우려는 세손과 이를 막으려는 젊은 사관의 이야기를 담은 사극으로, 연출 이가람 감독과 극본 임의정 작가의 실험적 시도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핸섬을 찾아라는 재기를 꿈꾸는 해체된 무명 아이돌 멤버가 실종된 전 멤버를 찾는 여정을 그리며 독특한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제작비 책정 여파로 편수는 줄었지만, KBS 제작진은 단막극의 명맥을 지키기 위해 의기투합했으며, 사극, 시대극, 현대극 등 다양한 장르로 꾸려진 작품들을 통해 참신하고 시대 흐름을 읽는 소재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단막극은 신인 작가와 연출자가 자신의 창작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실험실이자, 기성 작가와 연출자에게도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시대의 목소리를 담다, 단막극의 사회성
단막극은 사회성을 통해 현대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조명하는 중요한 매체입니다. 상업적 성공에 구애받지 않는 단막극의 특성상, 작가와 연출자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극단 고래가 주최하는 사회적 예술 단막극 공모는 노동, 젠더, 장애, 청년, 기후위기 등 현대 한국사회의 이슈를 다루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합니다. 이는 연극이라는 순수 예술을 통하여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과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KBS 드라마 스페셜 2024의 발바닥이 뜨거워서는 은둔형 외톨이 언니를 둔 여고생 하늘이가 언니를 방에서 탈출시키기 위한 계획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힐링 성장 드라마로, 현대사회의 고립과 가족 문제를 섬세하게 다룹니다. 연출 이진아 감독과 극본 한봄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이 절망 속에서 고립되어 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가족의 아픔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며,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발바닥을 뜨겁게 움직이는 진심 어린 스토리로 힐링과 위로를 건넵니다. 또한 모퉁이를 돌면은 뼈아픈 이별을 겪은 로드뷰 촬영팀과 아버지를 찾는 딸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의 상실과 치유를 다루며, 연출 이해우 감독과 극본 석연화 작가가 협업했습니다. 2013년 MBC 드라마 페스티벌의 첫 회인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은 노령화 사회에서 최고령화 사회로 넘어가면서 발생하는 노인 복지 문제를 사회적 함의를 담아 제시했습니다. 이처럼 단막극은 상업성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귀중한 플랫폼이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K드라마의 질적 도약, 단막극의 예술성
단막극의 예술성은 K드라마 전체의 질적 향상을 견인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짧은 호흡 속에서 완성도 높은 서사를 구현해야 하는 단막극의 특성상, 작가와 연출자는 더욱 정교한 스토리텔링과 영상미학을 추구하게 됩니다. tvN 오프닝 2024는 미니시리즈나 장편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운 감각으로 K드라마의 미래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2018년 단막극 문집으로 데뷔한 신하은 작가는 왕이 된 남자의 공동 집필을 거쳐 갯마을 차차차를 성공시키고, 2024년 엄마친구아들로 로맨스 드라마의 감각을 새롭게 변주하면서 단막극 출신 작가의 예술적 역량을 입증했습니다. KBS는 1984년 단막극 정규 편성을 시작한 이래 240편 이상의 누적 콘텐츠를 통해 드라마의 다양성 확보에 기여했으며, 재능 있는 신인 연기자와 작가 발굴 및 기존 창작가들의 기획력 강화를 통해 K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기초를 튼튼히 구축했습니다. 배우 이선균은 하얀거탑, 파스타로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 단막극에 주연과 조연으로 출연 빈도가 상당히 높았으며, 본인도 단막극을 통해 연기 내공을 제대로 다져낼 수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배우 김윤석도 추격자, 타짜로 알려지기 전에 단막극에 자주 얼굴을 비춘 배우였으며, 남상미와 이민기 같은 배우들도 단막극을 통해 연기력을 다지며 성장했습니다. 단막극은 미니시리즈와 중편 및 장편 드라마의 뿌리로서, 작가는 참신하고 시대 흐름을 읽는 소재를 발굴하고 연출자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연출을 할 기회를 얻어 한국 드라마 산업의 발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합니다. 이처럼 단막극은 K드라마 산업의 연구와 개발을 담당하는 중요한 자양분이자,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예술적 실험장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단막극의 부활은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K드라마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지상파 방송 중 유일하게 KBS만이 단막극 편성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2024년 드라마 스페셜은 5편으로 축소되었지만 사극, 시대극, 현대극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K드라마 산업을 주도하는 시대에, 단막극은 캐릭터와 플롯의 실험이 가능한 마중물로서 신인과 기성 창작자 모두의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JTBC의 드라마페스타와 tvN의 오프닝처럼, 더 많은 플랫폼에서 단막극을 적극적으로 편성하여 K드라마 생태계를 건강하게 복원해야 할 때입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KBS 극본공모 당선작가 및 인턴작가의 작품들이 단막극으로 제작되며 신인 발굴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들은 향후 K드라마 산업을 이끌어갈 밑거름이 됩니다. 단막극이 가진 실험성, 사회성, 예술성이라는 세 가지 가치는 K드라마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문화 예술로서의 깊이를 더해가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단막극의 지속적인 제작과 편성이야말로 K드라마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입니다.